쉬어진래1.jpg) “근대 이래로 유가문화와 그 가치는 부국강병과 진보를 추구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에 의해 전면적으로 비판을 받았고, 유학은 가장 엄중한 역사문화적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유가의 사상문화에 새로운 발아의 생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전후 동아시아 지역발전의 역사 그리고 중국대륙의 30년 개혁개방의 역사 속에서 유가는 현대화와 서양문화의 충격을 견디고 창조적 전화를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르러 생기를 발산하고 새로운 발전의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현대화 진척은 심화되고 속도를 더하였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현대화의 초급 단계 달성의 상징이 되었다. 세계 속에서 중국의 새로운 굴기(崛起)는 이미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중국의 현대화가 심화 발전함에 따라 중화문명의 위대한 부흥도 더 이상 요원한 꿈이 아니게 되었다. 오늘날 중화민족은 국학열의 신드롬 속에서 새롭게 자신의 문화를 품에 안고 자신의 문화, 가치, 자긍심을 짊어 메고 세계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과 형세 속에서 유가의 사상문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진래(陈来)- 20세기 유학 연구와 발전 풍우란(冯友兰)의 제자인 진래(1952- )는 베이징대(北京大)를 거쳐 현재 칭화대(清华大)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철학 분야로는 방립천(方立天), 탕일개(汤一介) 선생에 이어 세 번째로 국가 원사(院士)급에 해당하는 중앙문사관(中央文史官) 관원에 추대되었다. 그의 명저인 《주희의 철학》, 《양명철학》, 《송명성리학>, 《중국고대의 사상문화의 세계》 등이 선진유학과 송명유학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고, 최근 번역된 《진래 교수의 유학과 현대사회》라는 그의 논문집을 통해 진래의 현대신유학자로서의 면모와 학문의 방향을 쉽게 접해볼 수 있게 되었다.
진래는 20세기 유학연구의 발단을 문화의 위기와 정신의 상실, 이로 인한 인륜의 소외로 파악한다.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과 민족적 위기의 상황에서 유학의 전통은 상실되었으나 다시 유학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문화적 생명력 때문이다. 문화의 위기가 유학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문화적 부흥이 다시 유학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현대신유학자들의 학문적 자부심이 있었다. 중국의 정신을 외부가 아닌 내부, 곧 중국의 문화전통에서 찾으려는 이러한 ‘서양문화의 전환’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다시 근대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중국을 문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 하였다. 진래는 장호(张灏)의 《신유가와 당대중국의 사상 위기》를 인용하면서 정신 상실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것은 도덕가치의 전통을 파괴하고 부정한 ‘도덕상실’, 전통 종교신앙의 상징적인 보호막을 상실한 ‘존재상실’, 과학의 여파로 인해 인간과 세계의 통일적 이해를 찾지 못하고 전통철학을 멀리하게 된 ‘형이상학적 상실’이다. 이 때문에 진래는 유학의 학술연구는 내재적으로는 유학의 이론체계를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외부적으로 유가의 입장에서 민족정신으로서 유가철학과 세계와 인류가 처한 보편 문제의 응답으로서 유학사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의 위기와 중국적 전통의 상실은 국학열을 통해 유학이 중국의 사상적 원류로 인정받음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제 나아가 인륜의 소외 문제에서 전통적 유가가치와 현대사회구조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현대사회구조에 맞게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한다. 유가사상이 현대의 체제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혹은 거기에 결합될 수 있는가의 질문을 통해 21세기 3세대 유학자인 진래가 내재적 민족정신의 유학보다 이제 세계의 보편윤리를 위한 적극적인 기능으로서 유학의 임무에 관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래의 인학본체론(仁学本体论) 진래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가치가 현대세계에 대해 갖는 의의’에 관하여 화(和)를 용(用)으로 삼고 인(仁)을 체(体)로 삼는 유학의 구도를 제시한다. ‘화’는 다섯 가지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 국가 간의 화평, 사회관계의 화목, 개인의 정신과 심리, 곧 경지의 평화, 다른 문화 사이의 화합과 이해이다.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을 이기고 서로 조화와 평화를 이루려는 것이 유가가 지향하는 ‘화’이고, 이를 위한 근본 원리가 ‘인’이다. 이 부분에서 진래는 동아시아적 환경의 상황윤리가 아닌 세계의 보편의 도덕원리로서 ‘인은 현대세계 속 인류 공통 관념의 도덕적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진래는 다음과 같이 인에 관한 장황한 설명보다 유자들의 해석을 짧게 인용하여 인의 가치를 맛볼 수 있다고 하였다. 곧 ‘하나는 공자가 인자(仁者)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한 것과 후대 한유가 박애로써 인을 해석한 것, 그리고 주희가 사랑의 이치로써 인을 해석한 것이고, 또 하나는 양수명이 이성(理性)으로써 인의 사상을 밝힌 것’이다. 진래는 20세기 초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에게 ‘평화는 연약함으로, 관용은 무능으로, 화해는 자연정복의 장애물로, 전통적 도덕이상과 가치는 근대화의 진보를 속박하는 걸림돌로 인식’되어 왔고 이로 인해 도구이성의 가치를 높였지만 동서양의 정신적 보편적 가치가 도외시된 것이 인류의 비극이라고 보았다. 때문에 다시 ‘오늘날 국제적 질서가 상실되고 지역문화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지역의 관계와 교류를 위해 더욱 필요한 하나의 도덕적 공통 기초’로서 인을 제시한 것이다. 유학의 현대화와 세계화 힘의 논리로 점철되던 근대를 넘어 세계화를 단일화가 아닌 다원화로 이해하는 현대사회에서 세계화의 과정은 각 문화권의 교류와 상호의존에 달려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지적과 같이 그동안의 세계화는 ‘종속구조’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서구화가 세계화의 중심이 될 수 없고 동양의 문화가치가 재등장할 시기가 되었다. 이는 또 한 번의 서양과 동양의 대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사상을 보완할 동양사상의 보편가치에 대한 강조이다. 진래는 결국 우리가 보편적 가치질서를 따라 지역적 실천을 해나가며 서로 소통할 때 지역적 특수성과 정체성이 점점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유학의 현대화란 유학의 도덕가치가 현대인의 문화적 삶 그 자체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그리고 유학의 세계화란 그것이 이상적인 인간과 보편적인 사회를 위한 실현가능한 정신임을 주장한다.
사진 | 바이두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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