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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 통권 179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디어리스트(亲爱的, Dearest)》
-가족의 상실과 회복-


영화 첨밀밀(甜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로 유명한 홍콩 감독 천커신(陈可辛)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디어리스트(亲爱的, Dearest)》는, 2014년 8월 28일 제7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이고, 그해 9월 25일 중국에서 상영하여 호평을 받았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중국 전역을 다니며 고군분투했던 선전(深圳)의 한 부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2016년 제16회 중국영화제 화뱌오장(华表奖)에서 최우수 각본상, 2015년 제34회 홍콩영화제 진샹장(金像奖)에서 여우주연상, 2015년 제30회 중국영화제 진지장(金鸡奖)에서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하였다.
 

가족 상실의 고통
사람들은 평소 자기가 아끼던 물건이 갑자기 망가지면 무척 속이 상한다. 게다가 그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뭔가 마음 한구석이 허하기까지 한다. 그것은 손때가 묻고 애지중지하는 물건일수록 더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정감을 느낀다(日久生情)”라는 중국말처럼. 오랜 시간 정(情)을 쌓으며 지내온 친구나 연인, 가족을 상실한 경우 아픔과 슬픔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고통은 깊어져만 가듯이,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감정들 중에서 가족의 상실은 가장 큰 아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심리학에서는 배우자의 상실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부모와 자식의 이별이나 상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일 수 있다. 상실을 경험한 가족 구성원들이 그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지내는 것이 평소에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실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면의 슬픔은 커져 오랜 시간 억눌렸던 슬픔과 분노가 한꺼번에 가족들한테 분출되기도 하지만 실종자 가족은 오히려 자신에게 실종에 대한 책임을 돌리며 더 괴로워한다.
 

톈펑의 아버지인 톈원쥔(田文军, 黄渤 분)은 자신이 운영하던 pc방에서 벌어진 싸움을 말리다가 어린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간지 꽤 오래 되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에 대해 책임을 물으며 이혼한 아내 루샤오쥐안(鲁晓娟, 郝蕾 분)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톈펑의 엄마 루샤오쥐안은 아이가 실종되던 날, 자신이 운전하던 차를 “엄마”하며 따라온 아이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던 그때를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졌다. 루샤오쥐안은 남편 톈원쥔과 이혼한 뒤 친하오(秦浩, 张国强 분)와 재혼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 톈펑에 대한 집착이 강해 새 아이를 갖거나 입양하자는 새남편의 요구를 모두 뿌리치며 새남편과 번번이 신경전을 벌였다. 톈펑의 부모는 이혼했지만 실종된 자식을 찾는 일에 힘을 합하여 간신히 찾아낸 아들로 인해 이들은 재결합을 결심하였다.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사람 내면의 문제는 오로지 진실한 사랑과 관심을 통해서만이 관계가 회복될 수 있듯이, 톈원쥔과 루샤오쥐안의 가족 구성원들도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겪은 뒤에 사랑을 되찾으려는 여정 속에 마음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실종자에 대한 관심
실종 아동과 관련된 문제는 한 가정만의 아픔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과 사회의 관심, 법적인 제도의 보완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톈원쥔은 아들을 두세 시간 동안 찾다가 지쳐서 경찰서에 전화해, 아들을 찾는 일을 도와 줄 사람들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실종된 지 24시간 안에는 신고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경찰의 답변만 돌아왔다. 머뭇거리는 동안, 결국, 한 낯선 남자가 그의 아들을 기차에 태워 데려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실종된 아동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에 ‘코드 아담(Code Adam, 1981년 미국 월마트에서 실종, 피살된 ‘아담’이라는 소년 이름에서 따온 제도로 ‘실종예방지침’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4년 7월부터 ‘코드 아담’을 마련,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이라는 실종아동 수색제도가 있지만 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이 제도는 대중 이용 시설에서 미아가 발생하면 즉각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경보 발령을 하며 출입문을 봉쇄하고 10분이 경과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톈원쥔은 방송국에 가서 아들의 실종방송을 반복 광고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애완동물을 찾는데 시간을 더 할애하며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종아동을 찾는 광고에는 인색하기만 하였다. 실종자 가족이 겪는 고통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견디기 힘든 충격, 두려움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한다. 어떤 제보자는 자신이 키우는 아이가 톈펑이라고 우기며 제발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사실 자식을 키울 경제 여건이 안되는 부모의 안타까운 하소연에 불과했다. 톈펑의 부모는 자식을 찾아주는 현상금으로 20만 위안을 걸었다. 전국에서 각종 제보가 들어왔지만 온갖 거짓제보와 심지어 협박이 난무하였다. 아들의 합성사진을 보내온 어떤 사람의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도사리고 있기도 했다. 톈원쥔은 거액의 현상금과 칼을 함께 준비하여 제보자를 만나러 다니던 어느 날, 한 제보자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터에서 아이를 뒤로 앉혀 놓고 돈을 요구하자 톈원쥔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돌을 던져 아이가 뒤를 돌아보게 하였다. 곧 거짓인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조직폭력배가 쫓아와 톈원쥔의 돈 보따리를 빼앗으려고 하자 텐원쥔은 돈 보따리를 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희생할 각오를 하였다.
 

모든 실종자 가족들은 언젠가는 아이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것을 걸고 오직 실종된 아이를 찾는데 몰두하며 세상의 어떤 사람도 잃어버린 그들의 아이를 대신할 수 없다고 외친다. 처음에는 거짓 제보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무런 제보나 소식조차 사라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점점 더 우울하게 된다고 고백하였다. 때로는 실종된 아이가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거짓 제보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실종자 가족들은 직장도 그만 두고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일에 매달리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한다. 때로는 실종자 가족 모임에서 다른 가족들과 아픔과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틴다. 실종 아동을 가진 가족 모임의 회장인 한더중(韩德忠, 张译 분)은 수년 동안 잃은 아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어 관공서에 신고를 하러 갔는데, 6년 전에 실종된 아들의 사망증명서를 발급해 주겠다는 관공서 직원의 말을 듣고 분노하였다. 한더중은 중국의 한가구한자녀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현행법에 따라 실종된 아이를 법적으로 지웠지만, 아이에 대한 기억마저 지울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며 고통스러워하였다.
 

선의(善意)로 기른 정
아이를 잃어버린 피해자 가족은 가슴속에 가해자에 대한 원한을 지울 수 없고 가해자 또한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영화는 어떤 가해자가 선한 동기를 지닌 경우는, 아이한테 쏟았던 사랑은 진실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의 제보로 안후이성(安徽省)의 한 농촌에 그들의 아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 톈원쥔과 루샤오쥐안, 한더중 이들 세 사람은 그 마을에 잠입하였다. 톈원쥔은 아이의 이마에 있는 흉터를 살펴보고 자신의 아들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아이를 안고 도망쳤다. 아이는 뒤에서 쫓아오는 리홍친(李红琴, 赵薇 분)을 향해 “엄마” 소리치며 울부짖었다.
 

마을 사람들과 경찰이 도착하여 리홍친은 조사를 받고, 리홍친은 공무집행 방해죄로 6개월 동안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리홍친이 키우던 여자아이 양즈황은 선전의 복지원으로 보내졌다. 리홍친은 아이를 낳지 못하자 남편이 선전에서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키운 것이라고 결백을 호소하였다. 리홍친은 출소하자마자 딸을 보기 위해 복지원에 갔지만, 원장은 여러 규정을 들먹이며 딸과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리홍친은 어려운 형편에도 변호사한테 간절히 부탁하여 양즈황의 입양을 시도하였다. 리홍친은 복지원에 딸이 좋아하는 선물을 가지고 가서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의 파이프를 타고 올라가서 몰래 창문 너머로 딸을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영화에서는 리홍친의 남편의 범죄 행위와 무관하게 남편의 진심을 믿고 데려온 아이를 정성을 다해 키운 리홍친의 기른 정에 대해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린 딸 양즈황도 복지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으며 엄마 리홍친을 애타게 그리워하였다. 루샤오쥐안은 아들 톈펑이 집에 돌아와서 행복해하기 보다는 새엄마 리홍친과 여동생한테 더 애착심을 갖는 것을 보고 여동생 양즈황을 입양하기로 결심하였다. 루샤오쥐안과 리홍친은 외로워하는 아들을 위해서, 유괴범의 아내라는 멍에를 벗기 위해서 법정에서 서로 양즈황을 입양할 권리를 주장하며 다시금 대립하게 된다. 천커신 감독은 실종 아동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며 실종은 한 가족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라고 인식하였다. 영화에서 히어로인 개인이 출현하여 범죄 집단과 싸워서 유괴 아동을 구출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낼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실종 아동 문제는 사회 각 분야와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여 경찰, 정부, 법률기관, 실종 아동, 실종자 가족, 실종자 가족 모임, 복지시설, 가해자, 피해자, 범죄인, 신문방송매체 등 다양한 군상이 등장하였다.
 

2012년부터 2016년에 걸쳐 한국은 매해 2만 건 정도 실종 아동이 발생하였는데 경찰청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증가하던 실종 아동 발생 비율이 지문 등 사전등록제도 등 다양한 실종정책 실시로 감소세로 전환하였다고 밝혔다. 법률 정책이 정비되고 타인에 대한 관심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책이다.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1979년 5월 25일 에단 파츠(Etan Patz) 남학생이 등교 도중에 실종된 사건을 계기로, 1983년에 해마다 5월 25일을 실종 아동일(National Missing Children's Day)로 선포하였다. 한 가정의 비극이 사회를 각성시키고 국가 차원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중국의 한 인터넷 매체에서 매년 중국의 실종 아동 발생건수가 20만 건이 넘고 아동을 찾는 경우는 0.1%도 안 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는 비공식적 통계 숫자이지만 실종 아동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나 민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디어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2016년 중국영화제 화뱌오장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1994년부터 국가언론출판방송영화텔레비전총국(国家新闻出版广播电影电视总局)이 개최하고 수여하는 화뱌오장은 진지장(金鸡奖), 바이화장(百花奖)과 함께 대표되는 중국의 3대 영화상으로 알려져 있다.
 

‘실종’은 특정 사회나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인류에 대한 위협이자 공포이자 고통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난민 아동은 수천만 명에 이르고,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과 갑작스런 이별과 아동이 유괴되는 현실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충격 속에 살아가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 속의 고아들과 아동 학대로 울부짖고 있는 아동들이 최선(最善)의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사진 | 네이버 영화에서 캡처
김영철 |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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